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안 그래도 SNS에 포스팅한 글이 재밌다고 책을 한번 내어보라고 친구들이 부추겨줘서 언젠가 책으로 한번 엮어 봐야겠다는 욕심은 있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이 오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요즘은 옛날 같지 않아서 책이 잘 안 팔리기 때문에 저자가 인지도..
아내가 수리 경인지 냥작인지 개냥이 접종 언제 할 거냐고 묻는데, 나는 응~해야지~ 할 거야~하고는 하루하루 미루고 있었다. 강아지 접종은 많이 해 봤는데 고양이는 첨이라 자신이 없어 질질 끌고 있는 거다. 지난 달 진주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일차 접종은 했는데 진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2차부터는 내가 직..
내 이름은 수리고 작위는 냥작이다. 사교계에서 나는 수리 경 또는 수리 냥작으로 불리는데 냥작은 갸르릉 테라피를 직업으로 하고 다수의 집사를 거느리는 냥이에게 붙여주는, 백작보다 한 단계 높은 작위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내가 처음부터 냥작은 아니었다. 출생는 오히려 불행해서 어린 시절을 강호..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자동차 TV광고가 문득 기억난다. 그 광고가 나올 무렵 나는 9인승 갤로퍼를 십년 째 타고 있었는데 그것도 중고를 구입한 것이었다. 무사고 차라고 해서 별로 싸지도 않게 구입했는데, 고장이 잦아 자동차 TV광고에 관심이 많이 갔다. 십년쯤 지난..
보름 전이었나? 달이 반토막이던 어느 날 저녁, 내가 강호를 떠돌다가 산책중인 부부를 우연히 발견하고 마법을 걸었다. 부부의 발목에 목덜미를 비비며 갸르릉 거렸는데, 마법에 걸린 부부가 당황해하며 “아니 고양이님 여기서 뭐하고 계시는 거예요? 날이 곧 어두워질 텐데... 근데 세상에나~ 냥이님은 배가 왜 없..
엄천골 사람들과 지리산둘레길을 걸었다. 둘레길이 지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 길이 머가 좋다고 사람들이 와쌓능가” 하며 새삼스레 걸어본 것인데, 매동마을에서 첫걸음을 떼어 지리 주능이 보이는 다랑이 논길을 지났다. 벼농사는 풍년이었다. 모두들 나락이 잘되었다고 싱글벙글. 황금 벼가 고개 숙인 논길..
1.잠자던 고량주를 깨웠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인양 3년 동안 벽난로위에서 고이 잠자던 고량주에 입맞춤을 하자 술이 깨어났다.축구 결승전 그것도 일본과의 경기를 보는데 맹숭맹숭하게 볼 수는 없다. 아내와 아들은 맥주를 마시고 나는 한 골에 고량주 한잔으로 엄격하게 규칙을 정했다. 나는 술에 대한 경지는 없..
우리 마을에 소를 키우는 성태 아제는 새벽 6시만 되면 트랙터에 소똥을 가득 싣고 밭으로 간다. 우리 집 바로 옆을 지나가기 때문에 나는 따로 알람을 맞춰놓지 않아도 덜덜거리는 트랙터 엔진 소리에 눈이 떠진다. 눈을 뜨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컴퓨터를 켜는 일이다. 명색이 농부라는 자가 첫 아침에 호미 들고 ..
나는 그림을 좋아한다. 직장 다닐 때는 수출업무를 담당해서 해외출장을 가면, 업무가 없는 날엔 종일 그림을 보러 다녔다. 예를 들어 뉴욕 출장을 가면 5번가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개장 시간에 들어가서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퇴장 시간에 헐떡거리며 나오는 식이었다. 좀 더 많은 작품을 보기 위해 시간을 ..
함양은 지리산과 덕유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 환경 덕분에 옛날부터 품질 좋은 송이가 많이 나오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밤낮의 기온차가 커서 당도 높은 곶감 산지로도 유명한데, 옛날에 고종황제에게 진상하여 고종시로 알려진 곶감의 주산지다. 함양에는 곶감과 송이에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송이가 ..
수년 전 산골마을에는 반달곰이 자주 출몰했다. 주로 산 아래 첫 집, 토종벌을 치는 외딴 집에 나타나 꿀을 훔쳐 먹곤 했는데, 내가 사는 운서마을에도 여러 번 소동이 벌어졌다. 그 이야기를 올려본다. “아부지이~등 뒤에 곰이야~곰 진짜 곰 곰~”. 그날 승엽이 아부지가 벌 밭 주변에 예초기로 풀을 베고 있는데..
컴퓨터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있는데 화면에 팝업이 막 뜬다. 뱃살공주님이 회원님의 게시글 “지리산 등반기”에 공감하였습니다, 뱃살공주님이 회원님의 게시글 “이러쿵 저러쿵”을 좋아합니다. 공감했다는 글들은 한편 읽는데 빨라도 30초 찬찬히 읽으면 100초는 걸릴 텐데 불과 1초 사이에 공감했다는 알림..
컴퓨터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있는데 화면에 팝업이 막 뜬다. 뱃살공주님이 회원님의 게시글 “지리산 등반기”에 공감하였습니다, 뱃살공주님이 회원님의 게시글 “이러쿵 저러쿵”을 좋아합니다. 공감했다는 글들은 한편 읽는데 빨라도 30초 찬찬히 읽으면 100초는 걸릴 텐데 불과 1초 사이에 공감했다는 알..
이어지는 장맛비에 기분이 요플레 같았는데, 잠시 비 그치고 노오란 백합이 벌어지니 덩달아 입이 벌어진다. 기분이 반전되는데 꽃 한 송이로 충분하니 나도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일 비로 산책을 못해 답답해하다 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아내랑 산책을 나섰다. 오늘은 매일 한 바퀴 돌아오는 길을 반대방향으..
첫 번 째 키워드 징크스.한국축구가 월드컵 조별 리그 최종 경기에서 피파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을 2 대 빵으로 누르고 1%의 기적을 이룬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조별리그 첫 경기 스웨덴 전 중계를 보는데 아내가 <당신이 보면 지잖아~~ 보지마~~>하는 거다. 나는 설마... 그 마법은 이미 ..
아내가 저녁으로 감자 고로케를 만든다며 주방 보조 일을 시킨다. 프라이팬에 돼지고기 갈은 것을 익혀라, 야채 썰은 것을 볶아라, 타지 않게 저어라, 골고루 잘 섞어라, 계란 풀어라...... 이런저런 일을 시키고 정작 본인은 TV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드라마 재방송을 하필이면 왜 이 시간에 하는 건지 나로서는 유..
TV에서 치즈를 기가 막히게 잘 만드는 치즈명장의 성공스토리를 보며, 만일 곶감도 명장이라는 게 있다면 내가 그 영예를 한번 안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곶감명장이라는 건 없는 모양이다. 치즈는 워낙 소비가 많은 선호식품이지만, 곶감은 겨울 한철 반짝하는 기호식품이라 곶감 잘 만든..
모닝커피 한잔 타서 마당에 나서니 아침 햇살이 프랑스 덩굴장미 테라코타를 막 구워내고 있다. 테라코타는 이름처럼 빨간 벽돌을 구운 것 같은 오묘한 색감에 향기까지 달콤한 장미다. 막 벌어진 꽃을 쳐다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커피 맛이 좋다. 테라코타는 신선한 아침 햇살에 한 번, 해거름녘 서산 넘어가..
농부의 눈에 지진을 일으키는 뉴스를 접하고 ‘우와~ 이거 대박이다~’했는데 그게 지난 밤 꿈에까지 나타났다. 한 연구소에서 인간의 힘을 덜어주는 아이언맨 수트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영화 제작용이 아니라 군사, 소방, 의료, 산업 그리고 농부인 내가 농업용으로 실제 사용이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4..
주간함양에 매주 보내는 칼럼<지리산농부의 귀농이야기>를 깜박 잊고 있다가 원고 마감이 임박해서 생각이 났다. 어쩌지 어쩌지 하다 옛날 홈페이지를 뒤져 수년 전 이맘 때 쓴 글을 하나 찾았다. <붓꽃>이라... 올커니~ 이거 보내면 딱이네. 금방 쓴 것 같네~했는데 글 끝머리에 남편 어쩌구 저쩌구 하..